한문화/역사공부방

[여적]임나일본부

환단스토리 | 2015.04.09 21:07 | 조회 6128
[여적]임나일본부
경향신문 2015-04-09 20:51

1930년대 말 ‘임나일본부’를 강의하던 스에마쓰 야스카즈(末松保和)를 뚫어지게 쳐다보던 학생이 있었다. 경성제대생 김석형(金錫亨)이었다. 해방 후 월북한 그는 1963년 스에마쓰의 임나일본부설을 반박하는 논문(‘삼한 삼국의 일본열도 진출’)을 발표한다. 일본학계는 깜짝 놀랐다. 논문을 소개한 하타다 다카시(旗田巍)는 “자는 사람 귀에 물을 붓는 것 같은 기상천외한 견해”라고 했다.

스에마쓰 등은 “왜가 4세기 중엽부터 약 200년간 한반도 남부를 정벌, 임나일본부를 설치하고 경영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일본학계가 노렸던 ‘타율성·정체성의 식민사관’을 뒷받침했다. 즉 ‘한사군이 313년까지 한반도 서북부를, 4세기부터는 왜가 한반도 남부를 차례로 점령했으니 제대로 된 조선의 고대사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김석형은 철옹성 같던 일본의 임나일본부설을 뿌리째 흔들어놓았다. 임나일본부는 한반도 남부가 아니라 일본 열도에 존재했다는 것이다. 일본열도에 이주한 삼한·삼국의 주민들이 각각의 고국을 상징하는 분국을 세웠고, 그중 가야인의 분국이 바로 임나국이었다는 것이다.

김석형의 ‘분국론’은 그렇게 한·일 학계에 충격파를 던졌다. 그것을 계기로 정설로 굳어졌던 임나일본부설이 본격적인 논쟁의 장으로 나왔다. 이후 가야 지역에 존재했던 일본 거주민들을 통제한 행정기관설, 백제가 가야에 파견한 백제군사령부설, 왜가 가야에 파견한 외교사절설 등 임나일본부의 실체를 두고 갖가지 주장들이 나왔다.

2010년 한·일 학자들의 모임인 한·일역사공동연구회는 “왜가 한반도 남부에서 활동했을 수 있지만 임나일본부를 두고 지배했다고 볼 수 없다”고 의견을 모았다. 그러자 ‘일본이 드디어 임나일본부설을 폐기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과연 그럴까. 우선 ‘왜가 한반도 남부에서 활동했을 수 있지만’이라는 단서가 걸린다. 또 당시 일본학자들의 의견이 일본 정부나 학계의 공식 견해도 아니었다. 김현구 고려대 명예교수는 “일본에서는 여전히 한반도 남부 경영론라는 고대사의 틀이 유지되고 있으며, 일본 역사교과서의 임나일본부 기술은 그런 틀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기환 논설위원>


twitter facebook kakaotalk kakaostory 네이버 밴드 구글+
공유(greatcorea)
도움말
사이트를 드러내지 않고, 컨텐츠만 SNS에 붙여넣을수 있습니다.
33개(1/2페이지) rss
환단고기-한문화/역사공부방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33 [이덕일의 역사의 창] ‘유사 역사학’이란 용어 사진 첨부파일 환단스토리 401 2023.11.14
32 답글 아담과 이브도 한민족?···친일·파시즘·제국주의·이승만과도 이어지는 ‘유 사진 첨부파일 환단스토리 402 2023.11.14
31 "일제침탈사 바로 알자"…동북아재단 40권 총서 기획 환단스토리 3160 2019.10.26
30 [한국 고대사, 끝나지 않은 전쟁⑥]낙랑군은 평양에서 요동으로 이동했는가 사진 첨부파일 환단스토리 6819 2016.07.29
29 [한국 고대사, 끝나지 않은 전쟁⑤] 1차 사료 배척한 채 떼쓰는 강단사 사진 첨부파일 환단스토리 6653 2016.07.29
28 [한국 고대사, 끝나지 않은 전쟁④]고조선 국경선, 패수의 위치는 어디인 사진 첨부파일 환단스토리 7003 2016.07.29
27 [한국 고대사, 끝나지 않은 전쟁③] 일제는 왜 단군을 말살하려 하였는가 사진 첨부파일 환단스토리 6598 2016.07.29
26 [한국 고대사, 끝나지 않은 전쟁②]고대사 정립은 민족 정체성 확립하는 사진 환단스토리 5577 2016.07.29
25 [한국고대사, 끝나지 않은 전쟁 ①] 동북아는 역사전쟁인데…나라 안은 식 사진 환단스토리 5355 2016.07.29
24 [한국고대사, 끝나지 않은 전쟁] 조선총독부의 史觀이 아직도… 환단스토리 5209 2016.07.29
23 “식민사학 비판하면 따돌림 당하는 학계 풍토 한심” 사진 환단스토리 7079 2015.04.22
>> [여적]임나일본부 환단스토리 6129 2015.04.09
21 "한사군의 한반도 내 위치설은 식민사관 잔재" 환단스토리 8046 2013.09.03
20 일본 중고등학교 역사 교과서의 한국 관련 역사 왜곡 내용 사진 환단스토리 15621 2013.02.06
19 [일본교과서] 역사 어떻게 왜곡했나 환단스토리 8423 2013.02.06
18 "식민사학자 이병도를 회개시킨 최태영박사" 환단스토리 9719 2012.07.12
17 이덕일 주류 역사학계를 쏘다 ⑦ 주몽·온조·박혁거세 삼국시조 아니다? 환단스토리 9276 2012.07.08
16 [이덕일 주류 역사학계를 쏘다] ⑥ 삼국사기 초기 기록은 조작되었나? 환단스토리 9022 2012.07.08
15 [이덕일 주류 역사학계를 쏘다] ⑤ 유적·유물로 보는 한사군 환단스토리 8874 2012.07.08
14 [이덕일 주류 역사학계를 쏘다] ④ 대방군이 황해도에 있었다? 환단스토리 8848 2012.07.08
 
모바일 사이트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