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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최초로 천제를 주장한 변계량

신상구 | 2015.07.13 03:17 | 조회 2232
조선시대 최초로 천제를 주장한 변계량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국학박사, 향토사학자, 시인, 칼럼니스트) 신상구(辛相龜) 

변계량(卞季良, 1369-1430)은 공민왕 18년인 1369년 경남 밀양에서 태어났다. 자는 거경(巨卿), 호는 춘정(春亭)이다. 할아버지는 증찬성사 원(元)이고, 아버지는 검교판중추원사(檢校判中樞院事) 옥란(玉鸞)이다. 어머니는 제위보부사(濟危寶副使) 조석(曺碩)의 딸이다.

그는 어려서부터 총명해 네 살에 고시의 대구(對句)를 외우고 여섯 살에 글을 지었다. 1382년(우왕 8) 진사시에 합격하고, 이듬해는 생원시에도 합격하였다. 1385년 문과에 급제, 전교주부(典校注簿)·비순위정용랑장(備巡衛精勇郎將) 겸 진덕박사(進德博士)가 되었다.

1392년 조선 건국과 더불어 천우위중령중랑장(千牛衛中領中郎將) 겸 전의감승(典醫監丞)에 임명되었으나 나아가지 않았다. 이후 의학교수관(醫學敎授官)을 거쳐 1396년(태조 4)에는 교서감승(校書監丞)에 지제교(知製敎)를 겸하였다.

태종 초에는 성균관학정(成均館學正), 사제감소감 겸 예문관응교와 직제학을 역임하였다.
1407년(태종 7) 문과중시에 을과 제1인으로 뽑혀 당상관에 오르고 예조우참의(禮曹右參議)가 되었다. 이듬해 세자좌보덕(世子左輔德)이 되고, 그 뒤 예문관제학·춘추관동지사 겸 내섬시판사·경연동지사 등을 거쳐, 1415년 세자우부빈객(世子右副賓客)이 되었다.

태종 16년 가뭄이 심해지자 변계량은 조선 최초로 하늘에 제사를 지내자는 상소를 냈다.
“우리 동방은 단군(檀君)이 시조인데, 대개 하늘에서 내려왔고 천자가 분봉(分封)한 나라가 아닙니다. 단군이 내려온 것이 당요(唐堯) 무진년(戊辰年)에 있었으니, 오늘에 이르기까지 3천여 년이 됩니다. 하늘에 제사하는 예가 어느 시대에 시작하였는지를 알지 못하겠습니다만, 그러나 또한 1천여 년이 되도록 이를 혹은 고친 적이 아직 없습니다.”

그런데 당시 조선은 천제를 지낼 수가 없었다. “천자(天子)는 천지(天地)에 제사 지내고 제후(諸侯)는 산천(山川)에 제사 지낸다”라는 예(禮)를 따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임금도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그의 주장은 파격이었다.

하늘에 제사하는 것이 예는 아니나 가뭄이 심해 상황이 절박하여 상왕이 크게 근심하므로 그는 원단(圓壇)에 빌기를 청하였다. 이에 태종이 그에게 제문을 짓게 하고 영의정 유정현(柳廷顯)을 보내 제사드리게 하니 과연 큰비가 내렸다.

천제를 올리자는 그의 주장은 예법이 아니라 당대 유학자들로부터 비판을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비가 내려서 백성이 농사를 짓고 살 수 있게 됐으니, 그의 행동은 단군이 가르침인 ‘홍익인간(弘益人間)’을 따랐다고 볼 수 있겠다.

그 후 그는 태종 말까지 수문전제학·좌부빈객·예문관대제학 겸 성균관대사성·우빈객·예조판서·경연지사·춘추관지사·의정부참찬 등을 역임하였다. 특히 1419년에는 대부분의 관료들이 반대한 왜구 토벌을 강력히 주장, 이종무(李從茂)를 앞세운 기해동정(己革征)을 성공케 하는 데 공헌하였다.

1420년(세종 2) 집현전이 설치된 뒤 그 대제학이 되었고, 1426년에 우군도총제부판사(右軍都摠制府判事)가 되었다. 특히 문장에 뛰어나 거의 20년 간 대제학을 맡아 외교 문서를 작성하였다. 과거 시관으로 지극히 공정을 기해 고려 말의 폐단을 개혁하였다.

그러나 대제학으로서 귀신과 부처를 섬기고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 하여 ‘살기를 탐내고, 죽기를 두려워 한 사람’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고려 말 조선 초 정도전(鄭道傳)·권근으로 이어지는 관인문학가의 대표적 인물로서 <화산별곡 華山別曲>·<태행태상왕시책문 太行太上王諡冊文>을 지어 조선 건국을 찬양하였다. 저서로 ≪춘정집 春亭集≫ 3권 5책이 전한다.

≪태조실록≫·≪국조보감 國朝寶鑑≫의 편찬과 ≪고려사≫ 개수(改修)에 참여했고, 기자묘(箕子墓)의 비문과 <낙천정기 樂天亭記>·<헌릉지문 獻陵誌文>을 찬하였다.

그 외 역대 신하들의 말이나 행실로써 경계가 되고 본받을만한 것을 모아 쓴 ≪정부상규설 政府相規說≫이 있다. ≪청구영언≫에 시조 2수가 전한다. 거창의 병암서원(屛巖書院)에 제향되었으며, 시호는 문숙(文肅)이다.

현재 밀양시 초동면 신호리에 변 씨 3부자를 기념하기 위해 세운 비석이 있다. 고려 말에 판서(判書)를 지낸 변옥란과 그의 두 아들 춘당(春堂) 변중량, 춘정(春亭) 변계량의 행적을 기록한 유허비가 그것이다. 1946년 후손들이 건립했다. 1983년 7월 20일 경상남도문화재자료 제27호로 지정됐다.
제천의식은 한국선도의 원형문화이다. 그러므로 조선시대 최초로 천제를 주장한 변계량을 국학이라는 관점에서 새롭게 조명할 필요가 있다. 


<참고문헌>
1. “변계량(卞季良)”,『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2015.7.
2. 윤한주, “천제를 올리고 백성을 구하자”, 코리안 스피릿, 2015.7.6일자.
<필자 약력>
.1950년 충북 괴산군 청천면 삼락리 63번지 담안 출생
.백봉초, 청천중, 청주고, 청주대학 상학부 경제학과를 거쳐 충남대학교 교육대학원 사회교육과에서 “한국 인플레이션 연구(1980)”로 사회교육학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UBE) 국학과에서 “태안지역 무속문화 연구(2011)"로 국학박사학위 취득
.한국상업은행에 잠시 근무하다가 교직으로 전직하여 충남의 중등교육계에서 35년 4개월 동안 수많은 제자 양성
.주요 저서 : 『대천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아우내 단오축제』,『흔들리는 영상』(공저시집, 1993),『저 달 속에 슬픔이 있을 줄야』(공저시집, 997) 등 4권.
.주요 논문 : “천안시 토지이용계획 고찰”, “천안 연극의 역사적 고찰”, “천안시 문화예술의 현황과 활성화 방안”, “항일독립투사 조인원과 이백하 선생의 생애와 업적”, “한국 여성교육의 기수 임숙재 여사의 생애와 업적”, “민속학자 남강 김태곤 선생의 생애와 업적”, “태안지역 무속문화의 현장조사 연구”, “태안승언리상여 소고”, “조선 영정조시대의 실학자 홍양호 선생의 생애와 업적”, “대전시 상여제조업의 현황과 과제”, “천안지역 상여제조업체의 현황과 과제” 등 61편
.수상 실적 : 천안교육장상, 충남교육감상 2회, 통일문학상(충남도지사상), 국사편찬위원장상, 한국학중앙연구원장상, 자연보호협의회장상 2회, 교육부장관상,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문학 21> 신인작품상, 국무총리상, 홍조근정훈장 등 다수
.한국지역개발학회 회원, 천안향토문화연구회 회원, 대전 <시도(詩圖)> 동인, 천안교육사 집필위원, 태안군지 집필위원, 천안개국기념관 유치위원회 홍보위원, 대전문화역사진흥회 이사 겸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 보문산세계평화탑유지보수추진위원회 홍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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