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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의『군주론』이 남긴 역사적 교훈

신상구 | 2015.05.09 19:13 | 조회 2756
마키아벨리의『군주론』이 남긴 역사적 교훈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국학박사, 향토사학자, 시인, 칼럼니스트) 신상구(辛相龜)
니콜로 마키아벨리(Niccolò Machiavelli, 1469-1527)가 저술한『군주론(君主論)』은 시대와 국경을 넘어 정치와 권력의 본질을 탐구하는 독자들에게 널리 읽히는 정치학의 고전 중의 고전이다.
그래서 그런지 국내에도 1958년 최숙형 경북대 교수의 번역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30종 가까운 번역서가 나왔다.
마키아벨리가 이탈리아의 정치인으로 활약한 15~16세기는 절대주의 시대로 이탈리아 반도가 60년 전쟁을 겪고 있었다. 1494년 프랑스 샤를 8세의 침공으로 피렌체 최고의 가문인 메디치가(Medici family)가 축출당하고, 새 공화정 아래서 제2서기장직에 오른 마키아벨리는 15년간 봉직했다. 메디치가의 복귀로 공직에서 쫓겨난 그는 설상가상 반 메디치 음모에 연루돼 투옥까지 당한다. 심한 고문을 겪고 겨우 풀려나 시골집에 은거해서 홀로 ‘고대’의 사상가들과 ‘접신’하듯 써낸 책이『군주국에 대하여』다. 마키아벨리는 정계 복귀를 꿈꾸며 메디치가의 군주들에게 이 책을 바쳤지만 메디치가는 다시 실각했고, 급진 공화국 정부에서도 등용되지 못한 채 낙담 끝에 세상을 떠났다. 사후 나온 책의 제목이 바로『군주론』이었다.
20세기 초 이탈리아 공산당 창시자 중 한 명인 안토니오 그람시(Antonio Gramsci, 1891-1937)는『군주론』을 일컬어 베니토 무솔리니(Benito Mussolini, 1883-1945)의 파시스트 정권에 맞서는 혁명적 민중을 이끄는 ‘정치선언서’로 규정했다.
마키아벨리는 권모술수(權謀術數)에 능한 이탈리아의 정치인이었다. 그는 프랑스, 에스파냐 등 외세와 베네치아, 피렌체 등 이탈리아 소국들 간의 어지러운 합종연횡 속에서 공직자로서 부침을 겪었다. 관직을 다시 얻는 데 실패했지만 마키아벨리는 시시각각 변하는 정세의 변화를 날카로운 안목으로 읽어냈고 이로부터 장래를 대비한 유용한 교훈을 얻고자 노력했다. ‘현대의 일들에 대한 오랜 경험과 고대의 일들에 대한 끊임없는 독서’가 마키아벨리즘을 잉태한 셈이다. 이 과정에서 자신이 읽어온 고대의 지혜에 비춰 권력이 지향하는 어떤 법칙, 패턴을 찾아 정리한 책이 바로 <군주론>이다. 문명국가인 이탈리아가 북쪽의 ‘야만인’들에게 왜 그토록 쉽사리 무너졌는가에 대한 치열한 반성의 결과이기도 하다.
마키아벨리는 도덕성이나 명분이 아니라 권력 의지와 냉철한 승부사로서의 현실 감각, 결단력을 지도자의 덕목으로 내세운다. 마키아벨리즘 사상의 핵심은 ‘불변의 세계 속에서 성공하려면 바람의 방향에 따라 자신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말로 요약된다. 여우들이 가득한 곳에서 살아남으려면 ‘사자의 힘’과 ‘여우의 책략’을 적재적소에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마키아벨리가 신군주에게 권고하는 처세술이다. 그는 “군주가 스스로를 유지하고자 한다면 필요에 따라 선하고 선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을 배워야만 한다”고 말한다. 그의 주장은 “비록 소수의 개인들이 희생되더라도 과도한 방종이 국가 전체에 초래할 더 큰 해악을 방지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자비심이며, 신군주는 자신이 가혹하다는 평판에 개의해서는 안 된다”로까지 나아간다. 잔혹행위는 한꺼번에 사용해서 피해를 당한다는 느낌을 주지 않되, 혜택은 조금씩 주어서 그 맛을 더 잘 느낄 수 있도록 할 것을 권고한다.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신상필벌을 하는 것 또한 지도자의 중요한 덕목이다. 자비보다는 잔혹함을, 사랑보다 두려움을, 신의보다는 배신을 권고하는 ‘사악한’ 마키아벨리의 모습은 비정한 정치현실의 본질을 꿰뚫는다는 점에서 수많은 ‘팬’을 형성했지만 동시에 기회주의자, 출세주의자로 ‘오해’하는 무수한 반대파를 양산했다. 그럼에도 대중이 마키아벨리즘에 계속해서 끌리는 건 일상에서 펼쳐지는 크고 작은 정치현실이 놀라우리만치 그의 ‘예언’을 쫓고 있기 때문이다.
마키아벨리는『군주론』에서 다음과 같은 수많은 명언을 남겨 독자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힘에 기초하지 않은 권력의 명성만큼 취약하고 불안정한 것은 없다”(13장)
“군주는 인색한 사람이라는 평판에 개의치 말아야 한다.”(16장)
“군주는 무엇보다 다른 사람들의 소유물로부터 스스로를 멀리할 때 미움을 피할 수 있다”(17장)
“결단력이 없는 군주는 당면한 위험을 벗어나기 위해 대부분 중립적 길을 따르다 몰락한다”(21장)
결론적으로 말해 마키아벨리는『군주론』에서 군주국의 성질과 흥망성쇠, 군주국의 획득과 유지방법, 군대를 이용한 군주국의 공격과 방어, 신민과 친구에 대한 군주의 태도 등을 밝혔다. 독자들이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교훈은 ‘갈고닦은 실력(비르투)으로 운명(포르투나)이 부여한 기회를 잘 포착해 과감하게 실천에 옮기는 자만이 권력을 잡아 조국을 위기에서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참고문헌>
1.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곽차섭 옮김,『군주론(군주국에 대하여)』, 길, 2015.
2. 이유진, “행동하는 삶 비타 악티바(행동적 삶, vita activa) 꿈꾼 마키아벨리”, 한겨레신문, 2015.5.8일자.
3. 권재현, “지금도 유효…마키아벨리의 치명적 유혹”, 권재현, 경향신문, 2015.5.9일자.
<필자 약력>
.1950년 충북 괴산군 청천면 삼락리 63번지 담안 출생
.백봉초, 청천중, 청주고, 청주대학 상학부 경제학과를 거쳐 충남대학교 교육대학원 사회교육과에서 “한국 인플레이션 연구(1980)”로 사회교육학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UBE) 국학과에서 “태안지역 무속문화 연구(2011)"로 국학박사학위 취득
.한국상업은행에 잠시 근무하다가 교직으로 전직하여 충남의 중등교육계에서 35년 4개월 동안 수많은 제자 양성
.주요 저서 : 『대천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아우내 단오축제』,『흔들리는 영상』(공저시집, 1993),『저 달 속에 슬픔이 있을 줄야』(공저시집, 997) 등 4권.
.주요 논문 : “천안시 토지이용계획 고찰”, “천안 연극의 역사적 고찰”, “천안시 문화예술의 현황과 활성화 방안”, “항일독립투사 조인원과 이백하 선생의 생애와 업적”, “한국 여성교육의 기수 임숙재 여사의 생애와 업적”, “민속학자 남강 김태곤 선생의 생애와 업적”, “태안지역 무속문화의 현장조사 연구”, “태안승언리상여 소고”, “조선 영정조시대의 실학자 홍양호 선생의 생애와 업적”, “대전시 상여제조업의 현황과 과제”, “천안지역 상여제조업체의 현황과 과제” 등 61편
.수상 실적 : 천안교육장상, 충남교육감상 2회, 통일문학상(충남도지사상), 국사편찬위원장상, 한국학중앙연구원장상, 자연보호협의회장상 2회, 교육부장관상,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문학 21> 신인작품상, 국무총리상, 홍조근정훈장 등 다수
.한국지역개발학회 회원, 천안향토문화연구회 회원, 대전 <시도(詩圖)> 동인, 천안교육사 집필위원, 태안군지 집필위원, 천안개국기념관 유치위원회 홍보위원, 대전문화역사진흥회 이사 겸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 보문산세계평화탑유지보수추진위원회 홍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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