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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 미술사학자 정영호 박사의 타계를 애도하며

신상구 | 2017.04.10 20:38 | 조회 1276

                                                     원로 미술사학자 정영호 박사의 타계를 애도하며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국학박사, 향토사학자, 시인, 문학평론가, 칼럼니스트) 辛相龜

   원로 미술사학자 호불(豪佛) 정영호(鄭永鎬, 83세) 전 단국대 박물관장 겸 석좌교수가 지난 2017년 4월 7일 오후 별세했다. 지난 2017년 4월 2일 새벽 뇌경색으로 쓰러진 뒤 일어나지 못했다.
   한국 불교미술의 권위자로 꼽히는 고인은 1934년 11월 3일 강원도 횡성에서 출생했다. 본관은 경주정씨이다. 서울대 사대부고와 서울대 사범대 역사학과를 졸업한 뒤 1974년 단국대에서「신라의 석조부도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67년부터 단국대, 한국교원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문화재위원, 서울시사 편찬위원, 교원대 박물관장, 국사편찬위원회 위원, 한국범종연구회 회장, 한국미술사학회 회장, 한국문화사학회 회장, 문화재위원회 부의원장, 한국교원대 명예교수, 순천대·동국대·단국대 석좌교수, 단국대 석주선기념박물관장 등을 지냈다.
   1967년 5월, 스승인 초우(蕉雨) 황수영(黃壽永, 1918~2011) 박사가 조직한 신라 유적 조사단이 대왕암 조사를 위해 배를 띄웠다. 대왕암을 찾는 일은 국내 미술사학 선구자인 우현(又玄) 고유섭(高裕燮, 1905~1944)의 숙원이었다. 우현의 제자인 황수영 박사가 자신의 제자인 정영호 교수 등과 함께 일궈낸 쾌거가 이날의 대왕암 발견이다.
   정영호 교수는 1952년 한국전쟁 당시 서울대 사대 역사과에 입학하며 고고미술학에 입문했다. “1946년 경주에서 호우총 고분을 발굴할 때 우리 기술과 경험이 부족해 조선총독부 박물관에서 일했던 일본인 주임의 지휘를 받았다는 얘기를 듣고 부끄러웠다. 우리 문화재를 우리 손으로 조사해 발표해야겠다 생각했다”고 했다. 졸업 후 숙명여고 역사 교사가 됐고 미술사학 거목인 황수영 박사 등이 주축인 고고미술동인회에서 활동했다.
   한국 미술사학계의 권위자인 초우(蕉雨) 황수영(黃壽永, 1918~2011) 박사를 스승으로 모신 고 정영호 박사는 고고미술동인회에 참여해 혜곡(兮谷) 최순우(崔淳雨, 1916~1985) 전 국립중앙박물관장, 간송미술관 설립자인 간송(澗松) 전형필(全鎣弼, 1906~1962) 선생 등과 교류했다.
   정영호 박사는 특히 석조미술 분야에서 많은 업적을 남겼다. 1966년 9월 석가탑이 훼손됐다는 소식을 들은 그는 한국미술사학계의 태두인 황수영(黃壽永) 전 동국대 총장, 수묵(樹黙) 진홍섭(秦弘燮, 1918-2010) 전 이화여대 박물관장과 함께 부리나케 경주로 내려가 망가진 석가탑을 구석구석 살피며 망연자실했다. 도굴범들의 소행으로 일부 훼손된 석가탑을 보수하기 위해 해체했을 때 2층 탑신부(塔身部)의 사리공(舍利孔)에서 유물 45건 88점을 담은 사리장엄구(舍利莊嚴具·사리를 봉안하는 장치)가 발견됐다. 불행 중 얻은 수확이었다. 세계 최고(最古)의 목판 인쇄본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을 비롯해 석가탑 중수문서, 금동 사리외함, 금동 방형 사리합 등 빼어난 유물들이 쏟아졌다.  
   1974년부터 1979년까지는 통일신라시대에 조계종 종조 도의국사가 창건하고 입적한 사찰인 양양 진전사(陣田寺) 터를 6차례나 조사를 하여 부도(보물 제439호)와 삼층석탑(국보 제122호)을 발굴, 복원함으로써 2005년 진전사 낙성법회 당시 조계종으로부터 공로패를 수여받았다.
   1970년대에는 5세기에 고구려 장수왕이 남한강 유역을 점령한 뒤 충주 입석마을에 건립한 충주 중원 고구려비(국보 제205호)와 6세기에 신라 진흥왕이 세운 비석인 단양 적성비(국보 제198호)를 잇따라 발굴해 한국 고대사의 비밀을 풀 단서를 제공했다. 특히 단양 적성비는 1978년 고인이 단양군 성재산성에서 답사를 진행하던 중 신발에 묻은 흙을 털어내던 돌부리에 글씨가 새겨진 것을 발견하면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2006년부터 2015년까지 10년간 ‘일본 속의 한민족사 탐방’ 강사로 활동했다. 그의 해설을 들은 교사는 5200여명, 일반인 1900여명에 이른다. 해박한 지식과 구수한 입담으로 낯선 문화재 용어를 귀에 쏙쏙 들어오게 설명했다.            
   정영호 박사는 1977년부터 일본 쓰시마(對馬)섬을 200여회 방문해 한국 문화 유적을 발굴했다. 그리고 정영호 박사와 그의 스승인 황수영 선생은 일본인 전문가들과 함께 쓰시마한국선현현창회를 만들어 쓰시마를 거쳐 간 우리 선현을 기리는 기념비를 세우기도 했다. 쓰시마를 배경으로 펼쳐진 역사적 사실을 왜곡 없이 바르게 후세에 전함으로써 한일 친선교류에 기여하기 위해서였다. 1986년 ‘대한인 최익현(崔益鉉, 1833-1906) 선생 순국비’를 시작으로 백제 왕인(王仁) 박사, 조선통신사, 신라국사 박제상(朴堤上, 363-419) 등 대마도를 거쳐 간 선현을 기리는 기념비 10개를 지난해까지 세웠다. 처음에는 정영호 박사와 황수영 선생이 주머니를 털어 기념비를 세웠다. 정영호 박사는 오피스텔까지 팔았다. 이후에도 친지들과 제자들, 사찰 등에서 성금을 모아 기념비를 건립해 왔다. 비석을 세우는 데서 끝나지 않고 1년에 2차례씩 기념비 10개를 도는 의식도 했다. 2004년에는 쓰시마섬 주민 20여 명이 정영호 박사의 섬 100회 방문을 맞아 한·일 교류사 연구와 친선에 애써온 그의 공로를 기리기 위해 기념비를 건립하기도 했다.
   감포 앞바다 대왕암이 내다보이는 언덕에는 우현(又玄) 고유섭(高裕燮)과  초우(蕉雨) 황수영(黃壽永)의 추모비가 있다. 정영호 교수는 3년 전 스승인 초우의 추모비를 세우면서 “대왕암 조사에 참여했던 분이 모두 떠나고 이제 나만 남았다”며 울먹였다.
   고 정영호 박사는 젊은 시절부터 럭비와 레슬링으로 체력을 다졌고 답사를 위해 전국을 발로 뛴 덕분이다. 자동차가 흔치 않던 시절에는 5만분의 1 지도를 들고 내려가 답사지에서 수십 리를 걷기 일쑤였다. 하루 종일 160리(약 63km)를 걸은 날도 있었다고 한다.
   정영호 박사는 수십년간 국내외를 답사하며 찍은 흑백사진이 100만 컷, 컬러 슬라이드가 20만 컷에 달한다. 이 사진들을 정리하고 연구 결과를 집대성해 ‘한국미술사연구’라는 제목으로 10권 분량의 저서를 내는 게 목표이고 꿈이었다.
   정영호 박사는『한국의 석조미술』(서울대학교출판부, 1998.8),『석탑』(대원사, 1999.2),『백제의 불상』(주류성, 2004.7),『도의국사와 진전사』(학연문화사, 2005.4) 등 다수의 저서를 펴냈다. 2015년에는 학연문화사가『호불 정영호 박사 팔순송축기념논집』을 펴내기도 했다.
   1950년대부터 유적·유물 수백 점을 발굴·조사한 공로로 1981년 우현문화상, 1979년 대한민국문화상 대통령상, 2001년 만해학술상을 받았다.
   2014년 은퇴 후에도 왕성하게 활동한 그는 2016년 인터뷰에서 “답사복 입고 군화 딱 신으면 힘이 난다”고 했다. 그리고 정영호 교수는 두 달 전까지도 30대 때 무용담을 신나게 얘기할 정도로 기운이 넘쳤다.
   그런데 고 정영호 박사는 최근 불탑 관련 연구를 지속하며 열정을 불태우다가 뇌경색(腦梗塞, Cerebral infarction)으로 쓰러진 뒤 일어나지 못하고 2017년 4월 7일 오후 83세를 일기로 세연을 접었다.    
   유족으로 부인 민대자씨와 딸 혜림·혜정·순미·윤정씨, 사위 허중권(육군 3사관학교 교수)·임승순(고용노동부 부이사관)·황정문씨가 있다. 
                                                                                  <참고문헌>
   1. 연합뉴스,『한국인물사전』, 삼화인쇄, 2015.11.30. p.874.  
   2. 신성미, “문화재 발굴 60년 정영호 단국대 박물관장”, 동아일보, 2013.2.4일자.
   3. 박상현, “중원 고구려비·단양 적성비 발견한 정영호 박사 별세”, 연합뉴스, 2017.4.8일자.      
   4. 허윤희, “경주 문무뢍릉, 충부 고구려비 중원 고구려비 등 발굴한 미술사학자 정영호 전 단국대 박물관장”, 조선일보, 2017.4.8일자. A25면.
   5. 박다해, “'중원 고구려비·단양적성비' 발굴, 정영호 전 석주선박물관장 별세”, 머니투데이, 2017.4.8일자.
   6. 김규보, “한국 고고미술사학계 거목 정영호 박사 별세”, 법보신문, 2017.4.8일자.
                                                                                  <필자 약력>
.1950년 충북 괴산군 청천면 삼락리 63번지 담안 출생
.백봉초, 청천중, 청주고, 청주대학 상학부 경제학과를 거쳐 충남대학교 교육대학원 사회교육과에서 “한국 인플레이션 연구(1980)”로 사회교육학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UBE) 국학과에서 “태안지역 무속문화 연구(2011)"로 국학박사학위 취득
.한국상업은행에 잠시 근무하다가 교직으로 전직하여 충남의 중등교육계에서 35년 4개월 동안 수많은 제자 양성
.주요 저서 :『대천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아우내 단오축제』,『흔들리는 영상』(공저시집, 1993),『저 달 속에 슬픔이 있을 줄야』(공저시집, 1997) 등 4권.  
.주요 논문 : “천안시 토지이용계획 고찰”, “천안 연극의 역사적 고찰”, “천안시 문화예술의 현황과 활성화 방안”, “항일독립투사 조인원과 이백하 선생의 생애와 업적”, “한국 여성교육의 기수 임숙재 여사의 생애와 업적”, “민속학자 남강 김태곤 선생의 생애와 업적”, “태안지역 무속문화의 현장조사 연구”, “태안승언리상여 소고”, “조선 영정조시대의 실학자 홍양호 선생의 생애와 업적”, “대전시 상여제조업의 현황과 과제”, “천안지역 상여제조업체의 현황과 과제”, “한국 노벨문학상 수상조건 심층탐구” 등 83편
.수상 실적 : 천안교육장상, 충남교육감상 2회, 통일문학상(충남도지사상), 국사편찬위원장상, 한국학중앙연구원장상, 자연보호협의회장상 2회, 교육부장관상,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문학 21> 시부문 신인작품상, <문학사랑> · <한비문학> 문학평론 부문 신인작품상, 국무총리상, 홍조근정훈장 등 다수  
.한국지역개발학회 회원, 천안향토문화연구회 회원, 대전 <시도(詩圖)> 동인, 천안교육사 집필위원, 태안군지 집필위원, 천안개국기념관 유치위원회 홍보위원, 대전문화역사진흥회 이사 겸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 보문산세계평화탑유지보수추진위원회 홍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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