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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의미와 역할

신상구 | 2021.04.13 18:15 | 조회 474


                                                                           과학의 의미와 역할

    오는 4월 21일은 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모체인 과학기술처의 1967년 설립일을 기념해 지정한 '과학의 날'이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科學立國·技術自立(과학입국·기술자립)'의 기치를 내걸고,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 한국과학원(KAIS), 대덕특구 등을 설립해 우수과학자를 유치·육성하고 국가연구개발을 이끌었다. 실용주의와 합리주의를 기반으로 우리나라의 근대화 혁명을 선도한 그는 국민의식 개혁의 일환으로 1973년 연두기자회견에서 '전국민의 과학화 운동'을 주창하기도 했다. 교복을 입었던 필자의 중학 시절, 앞가슴에 '자나 깨나 불조심' 표어와 나란히 무슨 뜻인지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한 채 달고 다닌 '과학적 사고방식을 기르자' 라는 리본의 추억이 아련히 떠오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당시 세심한 구분 없이 사용된 '과학기술'이라는 하나의 단어는 국가경제 발전을 위해 산업선진국의 과학과 기술을 통칭하는 것으로 이해됐으며, 심지어 박정희 정부 시대에 제정된 1963년과 1972년 헌법은 물론, 1987년 민주화 헌법에서도 '과학기술'은 경제성장에 기여해야 한다고 명시됐다. 과학기술을 경제적 목적 달성의 수단으로 이해하는 인식은 이렇게 오랜 시간을 거치며 법·제도와 국민의 인식에 자리 잡게 됐다. 우리가 과학과 기술을 혼동하는 이유는 우리나라의 압축발전 과정에서 불가피했던 상황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는 몇 백 년이 걸린 서구의 근대화를 그 10분의 1도 안 되는 시간 안에 추진했고, 근대 과학혁명을 통해 과학지식을 획득·축적하고 이를 응용한 기술 발전으로 산업화가 이뤄진 과정을 한꺼번에 받아들이면서 과학과 기술혁신을 구분할 능력도 여유도 없었던 것이다. 국가경제 발전이라는 지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Fast Follower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 과학기술연구소의 이름의 이공계 국가출연연구소들은 선진기술을 습득해 국내의 기업들에 전수했고,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세계 최빈국 대한민국이 '한강의 기적'을 이뤄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인식을 바꿔야 할 때이다. 과학과 기술을 개념적으로 분리하고, 과학에서 경제발전이라는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목표를 덜어줘야 한다. 세계적인 경제대국으로 발전했을 뿐만 아니라 여러 학술, 예술,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선진국으로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우리나라의 위상에 걸맞도록, 수학을 포함하여 물리,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 등 과학 분야에서 남들이 얻지 못한 최신의 지식을 발견하는 First Mover가 되어야 한다. 당장은 아닐지라도 이러한 과학지식은 종래에는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고 여러 관점에서 국가발전의 밑거름이 될 것은 자명하다. 몇 년 전 서울에서 개최됐던 세계과학기자대회에 참석한 여러 나라의 과학기자들이 보였던 '대한민국은 과학 분야에서는 그동안 주목할 만한 업적을 보이지 못했던 후진국이다'라는 인식을 이제는 바꿔 놓아야 한다.

    다행히 정부는 1989년 기초연구진흥종합계획을 수립해 과학적 발견에 천착하는 연구개발 지원을 확대하고 있으며, 1997년에는 우리나라 R&D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고 평가되는 창의적연구진흥사업이 시행됐다. 그리고 2011년 기초과학연구원(IBS)을 설립해 세계 수준의 기초과학 연구를 국가전략으로 천명하고 지원하기 시작했으며 현재는 세계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한국인 과학자들도 많이 늘어났다. 과학의 목적은 인류 지식의 지평을 넓히는 것이다. 즉 남들보다 먼저 무언가를 새롭게 발견했다는 것만으로도 그 목적을 성취하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발견한 지식이 엄청난 경제적 가치 창출에 기여할 수도 있으나 이는 기술혁신이라는 또 다른 지난한 단계를 거쳐야 한다. 과학의 역할은 자연에 대해 인간이 가지고 있는 '왜?'라는 호기심 어린 질문에 답을 구하는 것이다. 올해 과학의 날에는 우리 모두 이러한 과학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보았으면 한다.
                                                                                  <참고문헌>
    1. 하성도, "과학의 날을 맞아", 대전일보, 2021.4.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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