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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선(鮮)’은 무슨 뜻?

환단스토리 | 2019.09.06 21:20 | 조회 975

조선의 ‘선(鮮)’은 무슨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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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이동훈  기자 flatron2@chosun.com



▲ ‘鮮(선)’의 용례가 확인된 ‘시경-대아 황의’ 편.  


‘조선(朝鮮)’이란 이름의 어원을 풀이한 논문이 등장해 주목을 끈다. 조선은 단군 왕검이 건국한 고대 국가인 ‘고(古)조선’ 이래 한반도에 등장한 역대 정권이 고려(高麗), 한(韓) 등과 함께 가장 즐겨 쓴 국호 중 하나다. 1392년 고려의 무장이었던 이성계가 건국한 나라도 조선이란 국호를 채택했다. 북한은 지금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공식 명칭으로 쓴다. 19세기 구한말 이래 조선은 한자로 직역한 ‘고요한 아침의 나라(The Land of Morning Calm)’로 서양에 소개되기도 했다.


하지만 조선이란 말의 유래와 정확한 뜻은 밝혀진 적이 없다. ‘삼국유사’(1281년)에 나오는 ‘입도아사달(立都阿斯達), 개국호조선(開國號朝鮮)’이라는 기록에 따라 아사달과 조선 간에 연관관계가 있지 않나 추정만 할 뿐이었다. 이를 근거로 정인보, 이병도, 양주동 등 원로석학들에 의해 아사달의 ‘아사’란 글자와 조선의 ‘조(朝)’ 자가 모종의 대응관계를 이룬다는 학설만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힌 상태다. 한반도 고대 국어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일본어에서도 ‘아침 조(朝)’는 아사히(朝日)신문, 아사히맥주 등에서 보듯 ‘아사’로 읽힌다. 이를 근거로 국사학계의 대부 이병도는 “아사는 아침, 달은 응달·양달 등 땅을 나타내는 말”이라고 주장했다.


관련 연구가 어느 정도 이뤄진 ‘아침 조(朝)’보다 더 문제가 되어온 것은 ‘고울 선(鮮)’이란 글자 풀이였다. “산(山)을 뜻하는 글자일 것”이란 추정만 있었을 뿐이다. 원로 국어학자 이기문은 “달은 산(山)과 고(高)로 대응됨을 확신케 한다”고 하였다. 같은 말과 글을 쓰는 북한 역시 마찬가지다. 북한 학자 김영황이 쓴 ‘조선민족어발전력사연구’(1978년)는 “아사달은 초지(初地) 또는 신지(新地)를 뜻하는 고대어인 ‘아시다’를 한자유사음으로 표기한 것”이라며 “‘다’는 일반적으로 땅을 의미하나 고구려 고장 이름에서 산(山)과 고(高)의 뜻으로 쓰이는 달(達)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하지만 ‘선(鮮)’이란 글자가 산(山)에 대응한다는 정확한 근거를 찾기가 어려웠다.


오히려 중국의 사가들은 ‘사기(史記)-조선열전’ 편에서 “조선에는 습수, 열수, 산수가 있다. 세 물길이 합쳐지는 곳을 열수라 한다. 이곳이 ‘낙랑(樂浪)’이 아닌가 하는데, 조선이란 이름은 이곳에서 취한 것이다”라고 했다. ‘선’ 자가 고조선 땅에 있었다는 산수(汕水)의 ‘산(汕)’에서 비롯됐다고 본 것이다. 선(鮮)이란 글자가 ‘산’에서 비롯된 것인지 ‘(강)물’에서 비롯된 것인지 의견이 엇갈리는 지점이었다.


짐작으로만 논의됐던 ‘선(鮮)’이란 글자에 대한 실마리가 최근 풀린 것은 ‘시경(詩經)’과 ‘일주서(逸周書)’라는 책의 기록을 통해서다. 특히 주(周)나라(서주) 때 저작으로 알려진 ‘일주서’ 제4권에는 ‘왕께서 마침내 상나라(은나라)를 도모하여 언덕에 이르셨네’라는 ‘왕내출도상(王乃出圖商), 지우선원(至于鮮原)’이라는 내용이 있고, 주(註)에는 ‘작은 산을 선이라 한다(小山曰鮮)’고 적고 있다. 춘추시대(동주) 때 공자가 엮었다는 ‘시경-대아(大雅) 황의(皇矣)’ 편에도 ‘작은 산과 언덕을 헤아려, 기산의 남쪽에 터를 잡으셨네’라는 뜻의 ‘탁기선원(度其鮮原) 거기지양(居岐之陽)’이란 문구가 있다. ‘일주서’와 ‘시경’ 모두에서 ‘선(鮮)’을 작은 산 또는 언덕 등으로 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선(鮮)이란 글자의 실마리를 이렇게 풀어낸 사람은 한국어문교육연구회 박광민(67) 연구위원이다. 박광민 연구위원은 최근 온지논총 제60집에 발표한 ‘고조선 국명 및 지명에 대한 어원적 고찰’이란 논문에서 ‘일주서’와 ‘시경’을 근거로 ‘선(鮮)’ 자의 쓰임을 최초로 확인해 아사달과 조선의 어원적 상관성을 밝혀냈다. 박 연구위원은 논문에서 “시경과 일주서 등의 내용은 오랫동안 여러 학자에 의해 자산(子山), 소산(小山) 등으로 논의되어온 선과 산의 상호 대응관계를 확정해주는 명징한 문헌 자료”라며 “우리 조상들이 ‘아사달’을 ‘조선’으로 차자(借字)한 고대 국어의 음운학적 자취를 헤아려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라고 밝혔다.


지난 8월 19일 자택 겸 연구실이 있는 경기도 광주에서 만난 박광민 연구위원은 “이번 논문은 그간 아사달의 원어는 ‘앗달’이고, 그 원의는 ‘자산(子山)’ ‘소산(小山)’의 뜻이라고 한 논의들을 문헌을 통해 확정하는 데 의의가 있다”고 자평했다. 한자를 빌려 고유어를 적었던 우리 선조들은 ‘첫 산 또는 땅’ ‘아침 산 또는 땅’ 정도 되는 의미로 쓰이는 말을 ‘앗달’이라 했고, 이를 한자를 빌려 ‘朝鮮(조선)’이라고 썼으며, 읽을 때는 ‘앗달(아사달)’로 읽었다는 것이다. 박광민 연구위원은 “관중의 저작으로 알려진 관자(管子)에는 ‘발조선(發朝鮮)’이란 말이 나온다”며 “중국인들은 조선의 국서에 적혔을 ‘조선(朝鮮)’을 고대 중국식 발음으로 ‘조선’이라 읽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박광민 한국어문교육연구회 연구위원. 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아사달, 삼국유사에 첫 등장


지금은 TV 판타지드라마(아스달 연대기) 제목으로 등장할 정도로 흔히 쓰는 ‘아사달(阿斯達)’이란 말은 고려 때 일연스님이 쓴 삼국유사에 처음으로 보인다. 고려사에도 ‘아사달(阿思達)’ ‘아질달(阿叱達)’이란 말로 약간씩 표기를 달리해 등장한다. 아사달, 아질달 등은 표기만 다를 뿐 같은 말인 셈이다. 반면 ‘삼국유사’와 함께 고대사 연구의 양대 저작인 김부식의 ‘삼국사기’(1145년)는 ‘삼국유사’보다 시기적으로 130여년가량 앞서지만 여기에 ‘아사달’이란 말은 없다. 박광민 연구위원은 “‘삼국사기’ 고구려본기에 ‘평양은 본래 선인 왕검(王儉)의 옛터’라고 기록한 것이 ‘삼국사기’의 고조선 관련 기록의 전부”라고 말했다.


박광민 연구위원은 ‘산해경(山海經)’ 등에 기록된 ‘청구(靑丘)’란 말 역시 일본어 속에 남아 있는 고대 국어의 흔적을 통해 ‘앗달’로 읽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청(靑)’의 일본어 독음이 ‘あお(아오)’이며 ‘구(丘)’는 ‘달’로 읽을 수 있으므로 ‘아사달(앗달)’ ‘조선’ ‘청구’라는 말의 어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모두 동일한 말이란 흥미로운 주장이다.


이 밖에 논문은 전국 곳곳에 산재한 ‘시루봉’ ‘수리봉’ ‘매봉’ 등의 지명이 ‘삼위태백(三危太白)’과 어원적으로 어떻게 연결되는지도 보여준다. ‘삼위태백’은 환인의 아들인 환웅이 무리 3000명을 거느리고 내려온 곳으로 삼국유사가 기록한 곳이다. 하지만 그 정확한 위치를 놓고 의견들이 분분하다. 박광민 연구위원은 “고대 국어 중에서도 지명어는 우리 고대사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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