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국사관 비판’ 日 고대사학자 나오키 고지로 타계…향년 100세
‘황국사관 비판’ 日 고대사학자 나오키 고지로 타계…향년 100세
동아일보 2019-02-17
황국사관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던 일본의 고대사학자 나오키 고지로(直木孝次郞)가 향년 100세로 눈을 감았다. NHK 등 일본 언론은 나오키 오사카(大阪)시립대학 명예교수가 노환으로 나라 시내의 한 병원에서 지난 2일 타계했다고 17일 보도했다.
나오키 교수는 4세기경 일본의 진구황후(神功皇后)가 삼한(三韓)을 정벌하고 임나일본부를 설치했다고 기록한 일본서기(日本書紀)의 삼한정벌설에 대해 진구황후가 날조된 인물이라는 논문을 발표하는 등 일본의 역사왜곡을 바로세우는 데 앞장서온 인물이다.
실증적 관점을 앞세운 논문으로 전후의 고대사 연구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 나오키 굣후는 일본서기를 바탕으로 역사를 해석하는 일제의 황국사관을 비판하며 고대 한일관계에 대한 일본 사학계의 편견을 깨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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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고대 일본 문화와 경제 발전에 조선에서 건너온 도래인들이 이룩한 공적이 크다며 오사카, 나라, 교토, 효고현 등 기나이(畿內) 지방에서 도래인들의 활동을 역사 자료들이 입증한다는 입장도 내세웠다.
나오키 교수는 일본 평화헌법 9조를 지키는 시민모임인 ‘9조회’의 오사카 지역 발기인으로 참여하는 등 평화 운동에도 적극 나섰다. ‘9조회’는 평화헌법 개정을 막기 위해 지역에서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풀뿌리 시민모임으로 가장 대표적인 9조회로는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오에 겐자부로 등이 중심이 돼 2004년에 발족한 모임이 꼽힌다.
1919년 고베에서 태어나 교토(京都)제국대학에서 일본사를 공부한 나오키는 오사카시립대학과 오카야마(岡山)대학, 소아이(相愛)대학 등에서 교수를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는 ‘일본 고대국가의 구조’, ‘진신의 난(서기 672년 발발한 고대 일본사 최대 내란)’, ‘고대 가와치(河內, 오사카 동부에 있던 국가) 정권의 연구’ 등이 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