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뉴스

100년전 일본인은 홍길동을 어떻게 '폭도'로 만들었나

환단스토리 | 2019.05.06 22:07 | 조회 847

100년전 일본인은 홍길동을 어떻게 '폭도'로 만들었나


2019-05-06 11:21


이상현 부산대 교수 "번역 과정에서 활빈당 활동 강조"


홍길동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홍길동은 온갖 속임수로 교활한 자이다. 단지 빼앗기만 하고 풀어서 주는 것을 모른다."


일본 언론인 호소이 하지메(細井肇·1886∼1931)는 일본 출판사 자유토구사(自由討究社)가 1921년에 펴낸 '통속조선문고'(通俗朝鮮文庫) 7권에 수록한 글 '홍길동전의 권두에'에서 홍길동을 이같이 평가했다.


한글소설 홍길동전 주인공인 홍길동은 보통 '의적'으로 인식되지만, 호소이는 폭도의 우두머리로 부각하고자 했다.

 

이상현 부산대 교수는 한국연구원, 한국사상문화학회, 동아시아책문화연구학회, 국립중앙도서관이 지난 3일 개최한 '한국 고전 정전(古典正典)의 재인식: 우리가 몰랐던 홍길동전' 학술대회를 통해 한국 고소설 번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호소이가 홍길동을 어떻게 폭도로 조명했는지 분석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호소이는 '통속조선문고'에 앞서 1911년 발간된 '조선문화사론'(朝鮮文化史論)에서도 홍길동전을 일본어로 옮긴 동기에 대해 "폭도 우두머리 강기동과 같이 홍길동전을 외우며 제2의 홍길동을 꿈꾸는 자가 끊이지 않기 때문"이라며 "황당무계한 서적이 민간의 일부에서 즐겨 읽히고 있다는 것을 경고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즉 호소이는 1909년부터 1911년 사이에 활발히 활동한 의병장 강기동을 거론하면서 홍길동이 가난한 사람을 도와준 도적이 아니라 체제에 반기를 든 인물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조선문화사론'과 '통속조선문고'에 실린 홍길동전 일본어본을 살펴본 뒤 "일역본의 변개(變改·변경) 양상은 율도국을 류큐국(오키나와)으로 번역한 부분을 제외한다면 그리 쉽게 발견할 수 없다"며 "일역본에서 홍길동과 활빈당의 형상은 백성에 해를 입히지 않고 불의의 재산을 빼앗아 빈민을 구제한다는 점에서 홍길동전과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호소이가 홍길동전을 일본어로 옮기면서 활빈당 부문만은 다른 번역 방식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호소이는 많은 대사를 축약해 서술했지만, 활빈당 활동 대목에서는 축약된 부분이 유독 적다"며 "폭도 홍길동이라는 형상을 드러내고자 한 호소이의 기획은 원전을 훼손하거나 변개하는 방향이 아니라 활빈당 활동을 충실히 제시하는 방향으로 구현됐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호소이는 홍길동이 형인 홍인형에게 자수하는 장면에서 '원본 몇 장이 누락' 혹은 '몇 장 탈락'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으나, '조선문화사론' 중 활빈당 활동 대목에서는 "길동은 이때 13세에 불과했지만 산적들이 홍길동을 대표로 추대하려는 말투가 빠진다면 극히 부자연스러워지기에 원서 그대로 역술했다"고 별도의 글을 삽입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서자 신분인 홍길동의 출생과 가출, 이상국가 건설 대목보다 활빈당 활동을 충실히 번역한 데에는 홍길동이 반체제적 폭도임을 제시하려는 의도가 담겼다고 결론지었다.


psh59@yna.co.kr


twitter facebook kakaotalk kakaostory 네이버 밴드 구글+
공유(greatcorea)
도움말
사이트를 드러내지 않고, 컨텐츠만 SNS에 붙여넣을수 있습니다.
341개(3/18페이지) rss
환단고기-역사뉴스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301 단재 신채호의 '直筆정신' 환생하길 환단스토리 953 2020.02.20
300 [이덕일의 ‘역사의 창’] 임나일본부설 선전하는 국립박물관 가야전 환단스토리 922 2020.02.06
299 1909년 추정 등사본 『환단고기』의 출현 사진 첨부파일 환단스토리 1089 2020.01.05
298 터키 선사 유적지서 8천500년 전 사람 이빨 장신구 출토 사진 환단스토리 1067 2019.12.14
297 옛사람 우주관 담긴 윷판·칠성성혈, 남원 오작교에서 찾았다 사진 첨부파일 환단스토리 951 2019.12.13
296 단재 신채호 선생 탄신기념일.동상 제막식 환단스토리 1059 2019.11.27
295 일본 문자 ‘가타카나’는 한반도의 발명품? 환단스토리 1082 2019.09.16
294 심백강 박사 “일제 식민사관 청산되지 않아 민족정기 훼손” 사진 환단스토리 938 2019.09.06
293 조선의 ‘선(鮮)’은 무슨 뜻? 사진 환단스토리 972 2019.09.06
292 "전쟁터 된 韓·中·日 고대사 연구…근대 기반 해석 버려야" 환단스토리 720 2019.09.06
291 환웅, 예·맥족 포용… 부족공동체→고대국가 발전 터 닦았다 사진 환단스토리 782 2019.09.06
290 ‘한반도, 중국 삼국지 조조 위나라 땅이야’ 사진 환단스토리 1174 2019.07.06
289 중국 신석기시대 량주 유적 유네스코 등재..55번째 세계유산 사진 환단스토리 726 2019.07.06
288 [신간서적]동아시아 고대사의 쟁점,왜 ‘사료 없는 주장’, ‘상상으로 쓰 사진 환단스토리 1076 2019.06.05
287 안중근 의사 "고문 두렵지 않아…죽으면서도 나는 기쁘다" 사진 환단스토리 1057 2019.05.30
286 서양사는 아시아 문명이 모태 사진 환단스토리 1130 2019.05.20
285 “소로리 고대벼도 1만2500년 전 것” 확인.."연대논란 해소" 사진 환단스토리 1043 2019.05.08
284 한 뿌리의 인연, 브라만교, 불교, 힌두교 - 쿠르간 가설 사진 환단스토리 1092 2019.05.08
283 한반도에서 이루어진 세계 최초의 쌀농사 사진 환단스토리 1510 2019.05.08
282 5020년된 고양가와지볍씨, 한반도 벼농사 전파에 중요한 자료 제공 환단스토리 1084 2019.05.08
 
모바일 사이트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