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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기자-위만 '3단계 고조선史' 이제는 달리 봐야"

환단스토리 | 2016.08.07 22:45 | 조회 2155

"단군-기자-위만 '3단계 고조선史' 이제는 달리 봐야"

연합 2016/08/07 

고조선 학술대회…"기자 근거 희박한데 '3조선설'은 유지"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역사학자들은 오랫동안 고조선을 '단군조선-기자조선-위만조선'의 3단계로 파악해왔다. 이 가운데 중국 은나라 말기인 기원전 1100년께 기자(箕子)가 조선으로 이동해 세웠다는 기자조선은 20세기 들어 역사적 실체가 불분명한 것으로 견해가 모였다. 그러나 기자조선의 역사성을 부정하면서도 이를 '한씨조선' 등으로 대체해 고조선을 3단계로 보는 시각이 여전하다.

이른바 '3조선설' 자체를 비판적으로 검토해 보는 학술대회가 최근 열렸다. 기자조선이 단군조선을 뒤이었다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명 난 상황에서 전통적 3단계 고조선사를 굳이 고수할 필요가 있느냐는 게 문제의식이다.

고려대 한국사연구소와 고려사학회는 지난 5일 '문헌에 나타난 고조선과 기자'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열고 3조선설, 특히 기자조선을 고조선의 중간 단계로 보는 시각이 언제, 어떻게 생겨났는지에 주목했다.

박대재 고려대 교수의 논문 '문헌에 나타난 고조선과 기자'를 보면 3조선설은 고려말∼조선초에 틀을 잡았다. 이승휴는 '제왕운기'에서 고조선을 단군과 기자로 나누고 위만을 따로 분리해 낮춰 봤다. 이것이 조선 초기 '고려사'나 '동국통감' 등에서 단군(전조선)-기자(후조선)-위만조선의 '3조선'을 동등하게 연결하는 체제로 확립됐다. 뒤집어 보면 그전에는 고조선을 3단계로 파악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기자(箕子)

문제는 기자조선이다. 사료상 단군이 은퇴해 산신이 된 때부터 기자조선이 성립한 해까지 160년 이상 공백이 있다. 게다가 기자가 조선에 와 왕이 됐다는 기록이 1천 년 가까이 지난 기원전 2세기께부터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점 등으로 미뤄 기자조선을 인정하지 않는 게 최근 학계의 일반적 견해다.

박 교수는 단군조선이 국내 문헌, 기자조선은 중국 사료에 주로 기록된 데 주목했다. 양쪽에서 별개로 전해지던 기록이 하나의 체계로 합쳐지면서 연대 불일치 같은 '부정합'이 생겼다는 것이다.

기자는 어떻게 고조선 역사에 끼어들었을까. 고려 때부터 평양에 기자묘를 세우는 등 기자를 나라의 조상으로 대접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중국 문명을 계승하거나 이에 버금갔다고 여기는 소중화(小中華)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고려 중기 이후 소중화 인식의 전개와 기자조선설의 체계화 과정이 서로 궤를 같이하는 양상이 포착된다"고 말했다.

류시현 광주교대 교수는 논문 '일제강점기 민족사의 구성과 기자 인식'에서 한말 중국과 일본 사이의 권력관계 변화와 민족적 성향의 역사학 인식이 고대사 서술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신채호는 '독사신론'·'조선상고사' 등에서 기자를 단군의 신하로 봤고 기자조선을 역사 서술에서 아예 빼버리기도 했다. 최남선 역시 기자동래설을 사대적 발상으로 판단해 인정하지 않았다. 류 교수는 "일제강점기 단군과 기자의 관계, 나아가 기자 이해의 다양한 결이 존재했다"고 설명했다.

기자조선은 고조선 전체의 역사와 정체성, 영역 문제와 긴밀히 연결된다. 기자동래설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최소 기원전 11세기 이전에 단군조선이 존재했다는 근거가 될 수 있지만 반대로 이때부터 중국의 지배를 인정하는 셈이 된다. 일제강점기 일본 학자들이 기자동래설을 부정했고 현재도 사실상 중국 학자들만 이를 주장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윤내현 단국대 명예교수는 기자조선의 존재를 인정하지만 한반도 바깥, 고조선 서부 변경에서 고조선과 병존한 소국이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기자조선을 계승한 위만조선까지 함께 묶어 한반도의 역사에서 빼버린다. 단군조선의 정통성을 우선시하는 재야사학계의 입장이 반영된 것이다.

기자조선을 인정하건, 한씨조선이나 예맥조선으로 대체하건 고려말 형성된 '3조선설'의 틀로 고조선을 바라보기는 마찬가지다. 박 교수는 "기자조선이 우리 역사에 체계화된 것은 전통적 고조선사에 소중화주의를 배경으로 맥락없이 끼어드는 '틈입' 과정"이라며 "그럼에도 3조선설 체계가 유지되는 것은 학계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dada@yna.co.kr

평양 단군릉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08/07 11: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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