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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때 출토 미공개 유물 15만점 박스째 보관

환단스토리 | 2013.08.05 17:59 | 조회 5345
일제때 출토 미공개 유물 15만점 박스째 보관
일제강점기 출토 유물 ‘보관·연구’의 세계
▲ 칼집 하단 금속부(왼쪽 끝)에서 선각된 ‘이사지왕(爾斯智王)’ 명문이 확인된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금관총 출토 고리자루큰칼. 칼집 하단 금속부 뒷면과 상단에도 각각 ‘십(十)’자와 ‘이(爾)’자가 새겨져 있다. 둥근 고리 세 개를 품(品)자형으로 이어붙인 세겹고리자루큰칼(삼루환두대도)로 5세기 말 유행한 양식이다. 왼쪽 아래 사진은 칼집 하단 금속부에 새겨진 ‘이사지왕’ 명문.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 1921년 9월 금관총의 남동쪽에서 본 유물 발견 지점. 1924년 발간된 발굴보고서에 실린 사진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 올해 출간된 ‘부여 군수리 사지’ 보고서에 실린 ‘칠지상 철기’ 유리건판 사진. 1935∼1936년 발굴된 군수리 사지 출토품 가운데 칠지도와 관련, 주목되는 유물의 사진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1921년 조사된 경주 금관총 출토 고리자루큰칼(환두대도·環頭大刀)에서 최근 확인된 ‘이사지왕(爾斯智王·이자는 모두 약자인 로 표기)’이란 명문을 계기로 일제강점기 출토 자료와 유물의 보관실태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주 지역 신라고분에서 처음으로 밝혀진 왕의 이름을 통해 금관총의 주인공을 어떻게 볼 것인지도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다.

(문화일보 2013년 7월 4일자 25면 참조)


◆ 명문 확인의 계기가 된 ‘조선총독부 박물관 자료 공개 사업’ = ‘이사지왕’ 명문은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관장 김영나)이 추진하고 있는 미공개 자료 정리 사업인 ‘조선총독부 박물관 자료 공개 사업’의 하나로 보존과학부에서 금관총 출토 고리자루큰칼에 대한 보존처리를 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이 사업은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46만여 점의 조선총독부박물관 수집자료를 모두 정리해 웹서비스와 보고서·자료집 발간, 특별전시 개최 등을 통해 일반에 공개하는 프로그램이다. 올해부터 10년간 총사업비 50억 원이 투입돼 공문서 603책(26만 쪽)과 유리건판 사진 3만8000여 장, 발굴·수집품 16만여 점을 정리·공개할 예정이다. 올해 출간된 일제강점기 자료조사보고 6, 7집 ‘부여 군수리 사지’와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중앙아시아 종교 회화’ 등이 이 사업의 결과물이다.

◆ 일제강점기 출토 유물 어떻게 보관돼 왔나, 보존처리는 = 일제강점기 발굴·수집품 가운데 조선총독부박물관이 입수해 중요유물로 등록·관리한 소장품 1만422점 외에 15만여 점은 정리 없이 나무상자 등에 보관돼 왔다. 국립중앙박물관이 광복 후 6·25 전쟁 때 부산피란을 포함해 7차례나 이사를 다닌 데다 매년 쏟아지는 출토유물을 처리하느라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감사원과 국회 국정감사에서 지적을 받고 예산을 확보해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일제강점기 미등록 발굴품에 대한 유물등록에 착수한 국립중앙박물관은 2013년 7월 현재 14만2500여 점의 유물등록을 마쳤으며 2014년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일제강점기 미등록 발굴품은 등록 전까지 항온항습되는 수장고에서 박스째 보관돼 있었다. 유물등록 후 보존처리도 실시돼 금관총 출토 고리자루큰칼은 2011년 보존처리에 들어갔다. 강형태 국립중앙박물관 보존과학부장은 “고리자루큰칼과 같은 금속유물은 보존처리 기간이 빠르면 6개월, 늦으면 몇 년 이상 걸린다”고 말했다. 보존처리에 앞서 사진촬영과 상태조사, X선 촬영 등이 이뤄지는데, 백제나 대가야의 대도처럼 제작 당시 쇠(강철)와 비중이 다른 은이나 금을 상감(象嵌)했을 경우 X선 촬영만으로도 무늬 등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칼이 제작된 뒤 칼집 금속부에 이름 등을 선각(線刻)한 금관총 고리자루큰칼은 X선 촬영에서 글씨가 확인되지 않았다. 보존처리를 담당한 권윤미 보존과학부 학예연구사는 지난 3일 “칼집 금속부의 부식층을 벗겨내자 명문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비정규직을 포함해 30명에 가까운 국립중앙박물관 보존과학부가 한 해 보존처리하는 유물은 1500점 안팎이다.

◆ 92년 전 우연히 조사된 금관총 = 1921년 조사된 금관총은 정식 발굴된 무덤이 아니다. 경주읍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금관총의 봉분(지름 39.3m)은 점점 깎여나갔으며 집을 짓기 위해 지면을 평탄하게 하는 공사를 진행하던 도중 유물이 부장된 목곽이 노출됐다. 1924년 출간된 발굴조사 보고서인 ‘경주금관총과 그 유보(慶州金冠塚と其遺寶)’에 따르면 경주경찰서 순사 미야케 요산(三宅與三)이 1921년 9월 24일 파란색 유리옥을 손에 들고 무엇인가를 찾고 있던 아이 서너 명을 심문해 봉황대 아래 위치한 고분의 장소를 확인한 뒤 현장에 출동해 공사를 중지시켰다. 보고를 받은 경찰서장은 전문가들을 동원, 같은 달 27일부터 30일까지 유물을 수습했다. 나무상자로 20박스 정도의 유물이 출토됐는데 유리소옥(구슬)만 3만 개에 달했다. 보고서에서는 금관 등 유물에 쓰인 황금 총량만 2관(7.5㎏) 정도 나갈지 모른다고 추정했다.

◆ ‘이사지왕’은 누구인가 = 금관총에서는 모두 3점의 고리자루큰칼이 나왔는데 국립경주박물관에 보관된 2점의 고리자루큰칼 중 한 점에서도 ‘이(爾)’자와 일련 번호 같은 숫자 등의 명문이 확인됐다. 고고학자인 이한상 대전대 교수는 금관총 출토 고리자루큰칼이 5세기 말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병호 국립중앙박물관 연구기획부 학예연구관은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이사지왕’이라는 왕의 인명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5세기 후반에서 6세기 전반에 해당하는 신라왕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503년 세워진 ‘포항 냉수리 신라비’에 나오는 ‘이부지 일간지(爾夫智 壹干支)’나 524년 건립된 ‘울진 봉평리 신라비’에 등장하는 ‘미사지 간지(美斯智 干支)’ ‘십사지 나마(十斯智 奈麻)’처럼 신라의 왕 아래 있는 갈문왕이나 간지(干支·칸)란 관등을 가진 고위 귀족의 인명으로 추정된다는 것. 이와 관련해서 ‘고대국가 초기부터 일정 시기까지 신라의 왕들은 6부의 대표자였지 통치자가 아니었다’는 부체제설을 주장해온 노태돈(국사학) 서울대 교수 등은 이번 명문을 부체제설을 뒷받침하는 자료로 주목하고 있다.

물론 고고학계에서는 금관 등 유물의 위상이 높다는 점에서 무덤의 주인공이 왕족의 일원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바로 옆에 위치한 봉분지름이 78.8m에 달하는 봉황대가 왕의 무덤으로 유력하게 된다. 홍진근 국립중앙박물관 고고역사부 학예연구관과 이한상 교수 등은 “‘이사지왕’이 무덤의 주인공일 가능성이 높으며, 고리자루큰칼을 포함해 도검류가 10여 자루 이상 나오고 갑주가 출토된 것으로 보아 무덤의 주인공도 여성이 아닌, 남성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최영창 기자 ycchoi@munhwa.com


문화일보 2013년 07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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