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화/역사공부방

한옥,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송석희 | 2011.09.15 14:47 | 조회 8178


이해영 / 객원기자

건축은 시대의 모습을 담는 그릇이요. 깨달음과 생활이 만든 환경이며,

인간의 정신이 대지 위에 새겨 놓은 구축물이다. - 『김봉렬의 한국건축 이야기』 중에서


한옥을 만든 생각들
푸른 가을하늘을 향해 새치름하게 치솟아 올라있는 한옥 지붕은 사뭇 단아하게 한복을 입은 여인의 버선코 마냥 은근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처마의 각도에 따라 태양빛의 양을 조절하여 여름에는 햇빛이 짧게 들이쳐 시원하고, 겨울에는 좀더 길게 햇볕과 어울려 따뜻한 겨울을 지내게 하는 지혜로움이 엿보인다. 선현들의 생활과 사상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옛집, 사람과 자연이 하나 되는 공간으로서의 집, 한옥은 자연을 소유하지 않고 소통하는 온유함을 담고 있다.

인류가 처음 지은 건물의 종류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늘 사람이 살아 왔던 집일까? 구석기시대 유적인 프랑스 라스코 동굴벽화에는 제사를 지낸 흔적이 보인다. 인류 역사를 통해 볼 때 사람은 기도하기를 좋아하는 속성이 있는 것 같다. 사람은 집보다 신전(神殿), 즉 제사 공간을 같은 시기에 지었거나 먼저 지었을 수도 있다. 현실적 이유로, 신전은 난방이 따로 필요 없지 않은가? 그저 공간만 조성되고 신성함만 부여되면 어디서든 기도할 수 있다.

특히 우리와 같은 계통인 몽골리언에게는 특징이 있다. ‘호간’이라는 집에서 사는 인디언 부족의 노랫말에는 ‘저녁노을로 지은 호간이서 있네 / 호간은 신의 축복을 받았네’란 구절이 있다. 이 호간에는 임의 공간을 정해 신의 자리로 남겨둔다. 이 신성한 공간은, 몽골의 집에도 유사한 형태로 남아 있는데, 그 발음이 마루와 비슷하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 한옥 마루의 어원으로 보는 이도 있다. 옛적 우리 선조들은 마루에서 조상께 제사를 지냈다.

142우리 한옥은 집을 신의 몸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단순하게 집을 짓는 의미를 넘어 성주신1)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개토제, 모탕고사, 상량식 등 신을 모시던 의식은 여전히 살아 있다. 아직도 한옥 대청에는 성주신을 모신다.

동양의 3국의 주택 양식은 서로 다른 특징을 지닌다. 일본은 해양성기후로 덥고 습한 기후를 극복하기 위해 다다미가 발달했다. 통풍이 제일 중요한 요소로 작용해 지붕도 높은 편이다. 중국은 춥고 건조한 대륙성 기후이기 때문에 중국의 전형적 주택 양식은 사합원(四合院 쓰허위안)이다. 영화 〈황비홍〉에 자주 등장하는 주택 구조인데 외부와 완전 차단된 형태이다.

우리 한옥 문화는 확연히 다르다. 담장은 낮고 대문은 언제나 열려 있어 사람 간 소통을 중히 여긴다. 또한 창호지와 처마로 햇빛을, 구들로 열을, 황토 흙으로 습도를 완벽하게 조절하였다. 우리 한옥은 서구식의 사람 중심의 척도가 아니라, 사람 중심의 공간을 지향하고 있다. 보는 집이 아니라 사는 집을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 만드는 이들의 정성이 덧붙여져, 배려와 소통이 있는 구조와 양식을 갖고 있다.


구들이 있어 한옥이다
겨울! 하면 생각나는 건 따뜻한 아랫목과 할머니의 옛날이야기와 밤이나 고구마 같은 간식거리들이다. 하지만 겨울을 따뜻하게 기억하는 민족은 별로 없다고 한다. 겨울은 인간을 모질게, 혹독하게 다뤘다. 특히 산업혁명 이전 서양의 겨울은 잔혹했다. 당시 유럽 왕가는 불을 지필 수 없어 개를 몇 마리씩 안고 잤다고 한다(개를 사랑해서 데리고 잔 게 아니다. 개가 살아있는 난방용품이었다). 『연행록』을 보면 중국에서도 개와 같이 이불을 덮고 잤다는 내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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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열효율 측면에서 본다면 실내온도 차가 적을수록 고급 난방인데, 한민족의 구들2)은 최고의 난방 방식이다. 서양의 벽난로는 가장 효율이 적고(현재 우리가 자주 쓰는 전기 히터를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중국의 북경 일부지역에는 우리 구들의 원시적 온돌형태가 조금 남았다(이를 ‘캉’이라고 한다. 물론 우리에게서 넘어간 것이다). 일본은 불 중심으로 마루에 모여 사는 석기시대 사람들의 혈거식 난방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세계의 부엌문화는 취사기능만 있다. 하지만 우리 구들은 취사기능뿐 아니라 고효율의 기능성 난방장치이다. 아궁이에서 지핀 불은 부넘기라는 고개를 넘어, 고래를 따라 이동하면서 열전달을 한다. 고래 끝자락에 있는 불 웅덩이 이름이 개자리, 즉 구석이다. 개자리는 연기를 모아 굴뚝으로 길을 잡아주고, 이 연기가 거꾸로 흐르는 것을 막고 행여 빗물이 들어오면 고개로 들어가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개자리가 없으면 고래의 연기가 거꾸로 흘러 난방효과가 급격하게 떨어지고, 개자리 폭이 너무 좁으면 오히려 없는 것보다 못한 결과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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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우리 구들은 연기와 불을 효율적으로 분리해서 열기가 든 연기는 고래를 이끌어 방바닥을 달구고, 연기와 나뉜 불로는 음식을 하고 물을 끓여 추운 겨울을 지냈다.

위생과 안전에 관해서도 구들은 뛰어나다. 요즘 세계적으로 바닥 난방이 호응을 얻고 있는데, 이는 신을 벗고 사는 게 위생적이고 발의 피로를 쉽게 풀 수 있어 건강에 좋다는 것이다. 우리 구들은 뜨거운 열로 살균작용을 했고 재도 날리지 않았고 방밖 아궁이를 썼기에 화재의 위험도 적었다. 목숨을 앗아가는 이산화탄소에서도 구들은 유리하다. 구들은 여름에 습기가 차는 결로현상이 생기는 점을 제외한다면(장마철에 잠깐씩 보일러를 틀어 습기를 제거해 본 경험이 있지 않은가) 단점이 없는 세계 최고의 난방 시스템이다.


자연과 어우러진 풍수
- 바람과 물, 한옥의 터를 보다

우리 선조들은 아무 곳에나 삶의 터를 정하지 않았다. 서양은 자연을 다스리려 한 데 비해 동양은 자연과 하나 됨을 추구했다. 그래서 나온 사상이 풍수(風水)다. 풍수는 인간과 자연이 어떻게 하면 친해질 수 있는지를 말해준다. 물 흐르는 방향이 바뀌고 바람이 달리 흐르고 산의 움직임에 따라 기운이 틀려지고 인심이 달라진다.

그래서 우리네 선조들은 사람을 살피듯 세심하게 자연을 살폈다. 그리하여 우리 풍수는 자연과 인간의 틈을 보완하는 비보와 염승이 발달했다. 자연조건의 모자람을 보충함이 비보(裨補)요, 지나침을 견제함이 염승(厭勝)이다. 우리 풍수는 사람과 자연이 두루 너그러운 관계 속에서 삶을 추구했고, 그런 관계에서 집이 땅에 앉아야 편안하게 살 수 있다고 본다.

우리 고유 풍수를 자생풍수라 하는데, 이를 시기적으로 가장 올려보는 시각은 고인돌을 근거로 한다. 고인돌은 풍수적으로 중요한 산의 맥에 놓여 있다고 한다. 그러니 적어도 청동기시대, 즉 단군조선 시대부터 우리 풍수가 있었다는 주장이다. 집터 풍수가 문헌상 나온 시초는 『삼국유사』에서다. 신라 탈해왕은 토함산에 올라가 왕이 될 자신의 집터를 찾았다는 내용이다.

그렇게 본다면 우리 풍수의 비조로 여기는 도선은 중국의 풍수를 전해온 게 아니고 우리가 갖고 있던 풍수를 바탕으로 중국 풍수 이론을 도입한 인물로 보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우리 풍수의 흔적을 최창조 선생은 태백의 시루봉에서 찾는다. 시루 모양의 봉우리 밑에는 아궁이 구실을 하는 작은 공간이 있고, 여기에는 시루를 찌기 위해 초를 피우고 기도하는 당집이 있다는 것이다. 시루 형국이 명당이다.

일반적으로 풍수하면 무덤자리를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음택풍수이고, 더 일반적인 게 집터를 잡는 양택 풍수이다. 우리 풍수 흐름이 무덤풍수로 변질된 건 조선후기에 들어서다. 자신과 자신의 가문의 이익을 위해서 땅을 망쳐온 것이다.


우리의 땅기운은 백두산에서 시작하여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백두대간을 따라 흐른다. 산이 끝나는 지점에서 물을 만나 명당을 만들고, 물이 없으면 땅 기운은 서지 못하고 바다로 흘러가 버리고 마는 것이다.

우리 한옥은 건물 그 자체보다는 여백을 좋아한다. 전체를 보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개별적인 집보다는 마을로 모여 있을 때 그 조화와 관계의 미학이 생겨난다. 때문에 풍수는 한옥에 가장 큰 영향을 준다. 집터풍수는 움직이며 살아있는 사람과 관계돼 있다. 자연뿐 아니라 사회와 그 관계성에 초점이 맞춰 있다. 최근 건축학에서도 한옥에 대한 열풍과 더불어 풍수가 하나의 주제가 되고 있다.


한옥을 이해하고 한옥에서 살다
현대 첨단문명을 유지시키는 것은 석유, 전기, 철, 콘크리트와 같은 인간들이 만든 강제 에너지 시스템이다. 거대한 콘크리트로 만든 집과 사무 공간 등에서 인간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닫힌 공간 안에서 홀로 고민하고 있지는 않은가? 인위적인 냉난방 시스템을 사용하면서 얼마나 많은 에너지들을 낭비하는가? 우리는 여기서 우리가 사는 삶에 대해, 특히 늘 대하는 거주공간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최근 젊은 건축가들 사이에서는 우리 한옥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우리 한옥은 돌과 흙, 기초석 위에 나무기둥을 세우고 창을 내며 벽을 만들고 지붕을 얹은 형태인데 여기에 들어가는 재료들은 모두 자연에서 얻은 것들이다. 기둥은 나무로, 기와는 흙으로 구웠고 벽은 황토로 구성되어 있다. 황토는 콘크리트보다 여유로운 구조를 가지고 있어 습도를 빨아들이면서 습도를 조절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구들로 대표되는 최고의 난방 시스템과 대청으로 대표되는 천연 냉방 시스템은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한껏 살아 있다. 여기에 창호지를 만든 문은 효율적 공간활용과 공기의 소통을 통한 환기시설 역할을 동시에 하고 있다. 참으로 살맛나는 집이지 않은가? 현대인들이 가지고 있는 스트레스성 여러 질병들도 우리 한옥 안에서는 자연스레, 저절로 치유되지 않을까 한다.


자연과 인간이 이어지는 원리로 존재하는 집. 그 중에서도 우리 민족의 문화와 역사가 새겨 있는 한옥. 우리 한옥은 자연이 빚어내고 사람이 그 풍요로움을 즐기는, 자연과 인간의 상생의 공간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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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단군조선시대 영조營造(건축이란 말은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말로 우리 조상들은 영조란 말을 써왔다)를 담당하던 성조成造를 일컫는다(『환단고기』「삼성기」上 참조). 성조신이 훗날 성주신으로 변천된 것으로 보인다.

2) 바닥 난방시설 그 자체, 그 시설을 이용한 방바닥, 그리고 구들이 있는 방, 이 모두를 일컬어 구들이라 한다. 구들을 이루는 부분 부분은 순 우리말이다. 구들을 뜻하는 온돌이 같은 의미로 쓰인다. 온돌은 온통 돌이라는 고유 말이라는 주장이 있으나, 구운 돌이라는 뜻인 구들이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말이다. 한글이 만들어지기 이전 구들을 표현한 말이 온돌(溫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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