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TENSIBLE_BANNER_PACK(Media_AD250ID[0]); 김종헌 배재대 교수 논문
(서울=연합뉴스) 경수현 기자 = 잔레 르 코르뷔지에(1887-1965)의 유명한 건축물인 '롱샹 교회' 지붕과 부석사의 처마가 닮은 것은 단순한 우연일까.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1867-1957)가 설계한 '구겐하임 미술관' 형태에서 조선백자를 연상한다면 그저 착각일까.

우연이나 착각이 아닐 수 있다는 주장이 국내 학계에서 제기됐다. 20세기 3대 건축가인 라이트나 르 코르뷔지에, 루트비히 미스 반 데어 로에(1886-1969)가 한옥에서 영향을 받았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종헌 배재대 교수는 최근 발행된 대한건축학회 논문집에 실린 '17-20세기 초 유럽과 미국에서의 극동아시아에 대한 관심이 근대건축에 미친 영향 연구'라는 논문을 통해 "서양의 근대 건축은 한국,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의 건축에 영향을 크게 받았다"면서 이처럼 주장했다.

그동안 일본과 중국의 서구 근대 건축에 대한 영향을 다룬 논문은 간혹 있었지만 한옥의 영향을 다룬 논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김 교수는 라이트의 경우 일본의 제국호텔 설계 과정에서 건축주인 오쿠라 기하치로(1837-1928)의 초대로 그의 자택 내에 있던 자선당(조선의 세자 침전으로 쓰이다가 일제 때 일본으로 빼돌려졌던 경복궁내 건물)에서 온돌을 체험하고 이를 이상적인 난방이라고 생각, 1936-1937년에 지은 허버트 제이콥 주택에 난방설비로 온돌을 깔았다고 밝혔다.

이어 라이트가 경제불황기인 1930년대 중산층 가정용 주거형태로 제안했던 유소니안 주택(Usonian House)에도 파이프 온돌을 난방설비로 채택했다며, 한국문화에 대한 라이트의 관심은 그가 보유했던 십장생도나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작업 때 머무르면서 호텔 내 침실에 놓아뒀던 조선 백자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라이트가 설계한 중산층 주거공간의 평면도를 일본의 전통주택 및 한옥과 비교하면서 거실을 중심으로 각 공간이 연결된 라이트의 평면 구성은 폐쇄적인 일본주택보다는 대청을 중심으로 안방과 건넌방으로 연결된 한옥을 닮았다고 제시했다.

르 코르뷔지에가 스승 어거스트 페레(1874-1954)가 개발한 콘크리트를 이용해 근대건축의 기본적인 개념으로 발전시킨 돔-이노(dom-ino) 시스템도 한옥의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김 교수는 추정했다.

벽면까지 압력을 지탱하는 형태의 조적식 형태 건축이 당시 서구의 주류 건축양식이었지만 어거스트 페레는 1902년 기둥과 보에 압력이 집중된 '프랭클린가 아파트'(1902년)를 지었다. 이는 1900년 파리박람회 직후였던 만큼 극동아시아 건축의 영향에 따른 것으로 보이며, 그 영향은 다시 르 코르뷔지에에게 미쳤을 것이라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김 교수는 "1900년 파리박람회 때 지어진 '조선관'의 건축가가 어거스트 페레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페레'라는 기록은 남아있다"며 그 가능성을 크게 봤다.

미스 반 데어 로에도 동양 사상 및 문화에 관심이 많았던 건축가이다. 그의 유명한 건축물인 '판스워드 주택'의 경우 자연과 주거공간을 명확히 분리하는 서구의 전통이 아니라 자연과 건물 내외부 공간을 연계하는 동양권의 사고를 확인할 수 있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김 교수는 "결국 한국의 전통 건축은 근현대 건축과도 연결돼 있고 현대 생활과 단절이 아닌 연속성을 갖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설명 = ①르 코르뷔지에의 '롱샹교회'와 부석사, 르 코르뷔지에가 도미노 시스템을 적용해 설계한 주택인 빌라 사보아와 병산서원의 만대루 ②라이트가 구겐하임 설계 때 호텔 침실에 놓아뒀던 조선 백자와 구겐하임의 외형 ③미스 반데어 로에가 미국에서 설계한 판스워드 주택과 담양의 소쇄원 < 김종헌 교수 제공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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