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오端午, 그 유래를 찾아서

이수만 / 자유기고가

춘향과 이몽룡의 사랑이 피어난 날
우리 고전소설 중 『춘향전』은 누구나 다 알 것이다.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에 민중들의 정서가 반영된 세계적으로도 그 가치가 뛰어난 이야기이다. 그런데 이춘향과 이몽룡이 처음 만난 날이 언제인지 아시나요? 얼른 답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정답은 음력 5월 5일 단오(端午)이다. 혜원 신윤복은 〈단오풍정〉에서 여성 신체에 대한,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노출을 감행한 점에서도 보이듯이, 그날은 집안에만 갇혀 지내던 조선후기 여인들이 집밖으로 나와 그네도 뛰고, 창포물에 머리 감던 그런 잔칫날이었다. 그날 춘향의 그네 뛰는 모습에 반한 이몽룡은 바로 사랑에 빠지고 말아, 우리 민족 최고의 로맨스인 『춘향전』이 시작된다.

단오는 절기상 망종과 하지 사이에 있는 여름철 세시풍속의 중심이 되는 명절이다. 우리나라 기층문화권역을 단오권과 추석권 그리고 단오추석 복합권으로 나누는데, 단오권은 북방문화권역에 포함된다. 

그 이유는 농경문화에서 연유한다고 한다. 단오에 해당하는 음력 5월은 남쪽지역은 논벼와 논보리 이모작을 하기 때문에 단오 무렵은 김매고 보리수확에 여념이 없을 때다. 반면 보리농사를 짓지 않는 북쪽지방은 훨씬 한가한 편이고, 이맘때가 되면 추위도 사라진 따뜻한 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북방지역에서는 단오는 오월절이라 하여 중시하고, 남방은 추수에 중점을 두어 10월 상달 또는 추석을 전후한 팔월절을 중시했다고 한다.

단오는 굴원이 멱라수에 빠져 죽은 날? 

이런 단오의 유래를 중국 전국시대 초 회왕때 충신인 굴원이 멱라수에 빠져 죽은 날이라는 설이 있다(조선 순조때 김매순이 당시 한양의 연중행사를 기록한 《열양세시기》 단오조 참조). 그렇기에 중국측은 강릉단오제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될 때 강력히 항의했었지만, 이는 말 그대로 억지주장이다.
필자도 단오의 유래가 단지 굴원의 원혼을 달래는 날이라기보다는 우리 민족 고유의 명절이라는 점과 우주변화의 섭리 그리고 역사적 전통을 지닌 날이라는 점에 주목하면 단오의 뜻이 더 명료해질 거라 생각한다.


먼저 단오의 어원을 살펴보면 단(端)에는 바르다, 시작, 옳다는 뜻이 있다. 이는 단오의 다른 말인 수리절과 연결시켜 볼 수 있다. 단오의 다른 말은 술의 날(戌衣日·水瀨日), 수릿날이라고 한다. 여기서 술의는 수레바퀴를 말하는데, 고구려 고분 5호 무덤에 나오는 수레바퀴 만드는 신인 제륜신(製輪神)은곧 바로 태양신을 상징하는 말이다. 또한 고려 가요〈동동動動〉에서는 단오를 ‘7수릿날’w이라 하는데 여기서 ‘w수리’7는 ‘7상(上), 고(高), 신(神), 봉(峯), 태양’등을 의미하여, 수릿날은 신일(神日), 상일(上日)이란 뜻을 지닌다.

또한 단오에서 ‘7오(五, 午)’w는 중층적 의미로 가장 강한 양기(陽氣)와 음양의 조화 를 상징한다. 첫째 오(五)는 음양오행 원리상 양수(陽數)다. 5월 5일 단오는 5라는 수가 월과 일로 중첩돼 있어서 양기가 극성함을 뜻한다. 또한 오(五)는 우주원리상 봄여름을 상징하는 생수인 3과 2가 합해서 형성된 수이다. 또한 가을겨울을 상징하는 생수인 4와 1이 합해진 수이다. 이는 5가 저절로 형성된 음양기운을 다 지닌 중수(中數)로 중심, 조화, 균형을 의미한다.

두 번째 오(午)는 십이지지 중하나로 흔히 ‘B말(馬)’B로 상징되면서 가장 강력한 화(火) 기운을 상징한다. 그러면서도 그 이면에는 서방 금기운인 4금(金)을 내포하고 있다(이에 대한 좀 더 깊은 내용은 『우주변화원리』「3장 육기론」을 참조하기 바란다).

더불어 단오에는 우리 민족 본래의 제천행사도 함께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위지 동이전》 마한(馬韓) 조에 보면 ‘파종이 끝난 5월 군중이 모여 신에게 제사하고 가무와 음주로 밤낮을 쉬지 않고 놀았다’는 기록이 있고, 《고려사》 권84 금형 조에는 세속명절의 하나로 단오가 기록되어 있어, 단오가 우리 민족과 오랜 역사를 함께했음을 엿볼 수 있다. 이를 종합해 볼 때, 단오의 유래를 굴원의 고사에서 찾기보다는 우리 민족 고유의 제천의식 내지는 우주원리를 바탕에 둔 제의나 명절의 의미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다. 그리고 단오에는 또 다른 의미가 숨겨져 있다.

단오의 진정한 의미

우리 민족의 정통사서인 『환단고기』에는 음력 5월 5일에 대한 놀라운 기록이 있다. 「태백일사」‘고구려 본기’를 보면 고구려의 시조인 고주몽 성제의 탄생 과정이 나온다. 

弗離支가 嘗過西鴨綠이라가 遇河伯女柳花하여 悅而娶之하고 生高朱蒙하시니 時則壬寅五月五日也오 乃漢主 弗陵 元鳳 二年也라. 

불리지는 일찍이 서쪽 압록강변을 지나다가 하백녀 유화를 만나 그녀를 맞아 들여 고주몽을 낳게 하였다. 때는 곧 임인(BCE 79년) 5월 5일이라. 곧 한나라왕 불능(한 소제)의 원봉2년이다.

고구려에는 시월(10월) 상달에 수신(隧神)을 모셔와 큰 제사를 지내는 국중대회가 있었다고 하는데, 이 수신이 시조인 고주몽성제라고 한다. 기층문화에서 북방문화권이 단오를 중시했다는 점과 고구려 국중대회의 기록을 연결해 볼 때, 단오에는 기존의 의미 외에 좀 더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볼 것이다. 또한 단오절인 5월 5일은 지금 우리에겐 다소 생소할 수 있는 한민족 축전일(祝典日)이기도 하다. 바로 광개절(廣開節)이다. 광개절은 음력 5월 5일 단오절에 거행하는 한민족 전래 축전으로, 동아시아를 통일하여 단군조선 시대의 옛 강토를 대부분 회복한 고구려 제19대 열제(烈帝)인 광개토태왕의 영광과 위업을 기리기 위해 제정한 기념일이다. 이를 토대로 볼 때 단오 때 진행되는 씨름의 의미도 더욱 와 닿는다. 설날이나 추석에 하는 씨름보다 단오에 하는 씨름을 왜 최상위로 여겼는지 의미가 좀 더 명확해 지는 것 같다.

우리 정통사서인 『환단고기』 서문은 이날을 기념하여 작성되었으며 『환단고기』 출간 10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 단오절은 그런 의미에서 그 뜻이 더욱 깊다 하겠다.

단오는 농경의 시작을 알리며, 하늘에 제사 지내고, 집단 구성원간의 대동단결을 꾀하는 의미를 넘어, 상고시대부터 면면히 내려오는 민족문화의 흐름과 우주원리가 담겨있는 우리의 소중한 명절임을 깨달았으면 한다. 그와 함께 과거의 역사와 단절되지 않으면서도, 늘 새로운 문화를 수용하여 왕성한 생명력으로 재창조하는 문화적 저력을 보여주는 일은 먼저 우리 자신의 것을 제대로 아는 것이 첫 번째이지 않을까 한다.
[천하만사(天下萬事)가 선재지아(先在知我)니라.]
-『환단고기』「단군세기」 서문 중에서


〈참고문헌〉
『강릉단오제 현장론탐구』,국학자료원, 장정룡, 2007
『조선대세시기-열양세시기, 동국세시기 등』, 국립민속박물관, 2007
『우리조상신앙바로알기』, 문화재청, VOL.70~73,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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