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조선 역사와 문화는 육지·해양 유기적 연결 ‘터’ 속에서 생성·발전”
“고조선 역사와 문화는 육지·해양 유기적 연결 ‘터’ 속에서 생성·발전”
윤명철교수 ‘고조선…’출간
황하 문명이나 인더스 문명 등 이른바 4대 문명처럼 고조선은 일반적으로 ‘문명(文明)’으로 정의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 그래서 역사학계에선 오랫동안 ‘고조선문화권’이라는 용어로 논리를 전개해왔다. 한국 최초로 해양사라는 역사학 장르를 개척한 윤명철 동국대 카르마칼리지 교수가 해륙사관(海陸史觀)의 틀로 ‘고조선문명권’이란 논리를 펼쳐 관심을 모은다. 윤 교수는 “고조선이 ‘문명’일 가능성은 열려 있고, 남다른 이론들과 기준을 적용시킨다면 오히려 바람직한 문명론에 접근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더 느슨한 개념인 ‘문명권’이란 용어를 사용했다”고 설명한다.
보통 4대 문명론이나 중화주의는 1극이나 다극과 같은 중심을 설정한다. 이에 대해 윤 교수는 ‘비중심적’ ‘비조직적’ ‘비가시적’인 현상들로 나타난 문명들의 존재가 있었음을 제시하면서 고조선문명권이 설정될 수 있는 논리적 근거를 마련했다. ‘터 이론’ ‘동아지중해 모델’과 ‘해륙사관’이라는 학설을 바탕으로 고조선과 그 주변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육지와 해양이라는 유기적 시스템으로 파악, 고조선문명권은 육지와 해양을 유기적으로 연결한 터 속에서 생성하고 발전해 왔다고 주장한다. 고조선은 농경사회라고 획일적으로 이해해 왔던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고조선=문명’이라는 등식에 회의적인 시각을 뒤집는다. 동아시아문명은 한국, 중국, 북방으로 구분되는 3핵 체계이며, ‘1산(山) 2해(海) 3강론(江論)’에 입각해 백두산, 황해 중부 이북, 동해 중부 이북과 송화강계, 요하계, 대동강계가 고조선문명권의 핵심 공간이 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동아시아문명권은 농경, 농목, 삼림, 어업, 해양문화가 골고루 조화를 이룬 ‘혼합문명’이었으며, ‘동이’라는 문화·지역적 의미의 주민들과 ‘예’ ‘맥’ 등의 방계종족, 기타 종족들로 구성됐고 언어도 일치하지 않았다. 또 남만주와 한반도 북부, 양쪽 해양을 공유한 해륙국가·해륙문명이었다는 것이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