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곡인지도 모른체 사용하고 있는 말들 : 의자왕과 삼천궁녀
왜곡인지도 모른체 사용하고 있는 말들 : 의자왕과 삼천궁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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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왕이라는 이름은 지금도 삼천궁녀 데리고서 백제를 망하게한 왕으로 남아있다.
‘삼천궁녀’라는 말은 누가 먼저 했을까. 어떠한 1차 사료로도 궁녀가 3000 명이었고 그들이 낙화암에서 투신 자살했다는 것이 입증되지 않는다. 안정복(安鼎福)의 기록(‘동사강목’ 권2 경신년 추 7월 조)에 따르면 ‘여러 비빈들(諸姬)’이 자살한 것으로 되어 있을 뿐이다.
내가 과문한 탓이라고 생각되지만, 3000 궁녀가 낙화암에서 투신 자살했다는 글을 처음 읽은 것은 일제 시대에 나온 윤승한(尹昇漢)의 소설 ‘김유신’(金庾信·야담사·1941)이었다. 그에 관한 ‘최초의 공식적인 기록’은 아마도 이홍직(李弘稙)의 ‘국사대사전’(지문각·1962)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홍직이 3000 궁녀의 첫 발설자라는 뜻은 아니다. 그 이전에도 3000 궁녀 얘기는 있었다. 이홍직은 참고 문헌으로 ‘신증동국여지승람’을 적어놓았으나 그 책에는 그런 얘기가 없다. 아마도 구전을 그렇게 정리한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이런 얘기와 함께 의자왕의 평소 공적이나 행실을 비교해 보노라면 나는 의자왕에 대해 일종의 연민을 느낀다. 그는 무왕(武王)의 아들로 형제간에 우애가 깊었고 부모에 효성이 지극해 해동증자(海東曾子)의 칭호를 들었다. 집권 초기에는 국력이 부강해 신라를 제압했고, 성충(成忠),흥수(興首),계백(階伯)과 같은 충신이 있어 선정(善政)을 베풀었다.
다만 자식의 죽음으로 복수심에 불타던 김춘추(金春秋)와 김유신에 의해 이뤄진 나당연합군의 정복 전쟁에 대비하지 않은 것은 그의 실책이었다. 결국 재위 20년만인 서기 660년 전쟁에서 패한 그는 중국으로 끌려가 그 해에 죽어 망국의 제후들이 묻히는 망산(芒山)에 매장됐다.
요컨대 의자왕과 낙화암에 관한 역사는 허구이다. 그에 관한 어떤 일차 사료도 발견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 그것은 일제시대 식민지 사학자들이 백제를 비하하기 위해 꾸며낸 얘기에 지나지 않는다.
그들은 의자왕이 황음무도(荒淫無道·주색에 빠져 사람으로서 마땅히 할 도리를 하지 않음)했고, 궁녀 3000명을 데리고 살았다는 식으로 역사를 곡필했으며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는 자료로 그를 인신 공격했다. 그런 점에서 의자왕도 이 나라 역사의 한 원혼이 되어 구천을 헤매고 있을 것이다. 신복룡(건국대교수·정치외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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